2022. 4. 7. 13:16ㆍ[§ Issue:Tracker]/¶EnterTainer-StarHot
스타도 협찬도 절대 안쓰는데…116년 세계최고 명품의 비결
작고 예쁜 꽃이 핀다. 하나 둘 셋 넷…지금은 4시다. 요정이 정원 사이를 오가고, 엄마 새는 아기 새가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보석과 시계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한 편의 입체(팝업) 동화책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작품에 이야기가 담겨있고, 곳곳에 숨겨진 장치가 있어 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 파리의 보석 세공사 아들인 알프레드 반 클리프와 보석상 딸인 에스텔 아펠이 결혼하면서 두 집안의 성을 붙여 만들었다. 특히 116년 동안 별도의 스타 마케팅 없이도 두터운 고객층을 쌓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오는 5월엔 서울 청담동에 연녹색 청잣빛을 띈 대표매장을 연다. 1989년 한국 진출 33년 만이다. 올해 새롭게 한국 수장을 맡은 프레데릭 레벨로 반클리프 아펠 코리아 지사장을 만나봤다.
Q : 보석을 지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Q : 저마다 최고라는 명품들이 많다. 반클리프 아펠만의 특징이 있다면.
Q : 유난히 요정이나 발레리나가 많이 등장하는데.
반클리프 아펠은 강렬한 화려함이나 도발적인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해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보석과 시계에 쓰인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미스터리 세팅’의 경우 보석을 고정하는 금속이나 테두리가 보이지 않게 해 원석 자체의 크기와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시계도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과 달이 실제 공전 주기 그대로 움직이고, 꽃봉오리가 무작위로 피어나며 시침 역할을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담겼다.
Q : 최첨단 기술을 강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야기를 넣다보니 많은 제품이 ‘변형’된다. 목걸이를 분리하면 팔찌 두 개가 되고, 팔찌 장식을 떼어내면 반지나 브로치가 되는 식이다. 비밀 이야기가 담기기도 한다. 목걸이 장식 뒷면에 새 둥지가 있다든지, 잎사귀 속에 무당벌레가 숨어있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럭셔리’다.
Q : 값비싼 보석과 시계치고 의외로 재미있다.
한국에도 반클리프 아펠의 애호가로 알려진 유명인이 많다. 하지만 반클리프 아펠은 연예인 등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홍보 목적으로 협찬하지 않는다.
로베로 지사장은 이에 대해 “우리의 스타는 바로 제품이다. 요란하게 드러내는 건 자연을 영감으로 하는 브랜드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예술가와의 협업은 늘 환영한다”며 “한국의 서영희 아트 디렉터가 한지를 사용해 베스트셀러인 ‘알함브라’ 컬렉션을 재해석했을 때 정말 감동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럭셔리 보석·시계 업계의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반클리프 아펠도 오는 5월4일 서울 청담동에 5층짜리 대표매장을 연다. 세계적인 건축가 산지트 만쿠와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이 설계와 인테리어를 맡았다. 이들은 한국을 둘러보던 중 청자와 수려한 산세에 깊은 인상을 받아 건물에 반영했다. 세라믹을 사용해 빛에 따라 오묘하게 변하는 청잣빛 외벽을 표현하고 내부엔 4계절을 주제로 정원을 꾸몄다.
Q : 한국 시장의 특징이 있다면.
이소아(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