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앵커 중징계 미국에서는...

2009. 3. 15. 14:01[§ Issue:Tracker]/¶Politics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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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앵커 중징계', 미국에선 '절대 없다'

[기고] 징계 근거인 '공평의 원칙', 이미 지난 1985년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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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법을 다룬 MBC 뉴스 프로그램과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3월 4일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MBC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후>에 대해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뉴스데스크>에 대해 '경고,' 그리고 또 다른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중징계는 정부기관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언론 탄압을 가한 조치라는 색채가 강하다. 정부가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방통심의위에서 정부 정책과 관련된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를 하는 것은 재판의 이해 당사자가 재판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MBC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 심의는 심의 내용의 이해 당사자가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를 함으로써 공정한 심의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정부가 방송 심의라는 수단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는 미국의 앵커들

정부기관이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를 수행할 경우 언론 탄압을 자행할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정부기관이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를 하는 것을 폐지하고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언론사들의 자율 심의에 맡기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이나 정치인, 그리고 경제기구 등에 대한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 내용에 대해 어떤 규제도 가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다만,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 외설적이고 음란한 내용 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 방송되었을 경우에만 FCC에서 신고를 받아 법원을 통해 징계를 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나 앵커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시청자들은 진행자들과 앵커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정부기관인 FCC가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나 규제를 하지 않고 방송사 자율 규제에 맡기는 이유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에서다. 정부기관이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를 하게 되면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위축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관의 방송 내용 심의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파업 동참'을 알리는 클로징멘트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박혜진 MBC 앵커와 신경민 앵커. ⓒ문화방송

1985년 美 FCC가 '공평의 원칙'을 폐지한 이유?

이번 무더기 징계의 이유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MBC의 시사 프로그램들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MBC가 미디어법과 관련된 내용을 방송하면서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을 찬성하는 내용보다 더 많이 내보냈다는,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불균형을 지적하고 있다.

추측하건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적한 이러한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불균형은 미국에서 지난 1949년 처음 소개된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공평하게 방송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 규정은 1949년 FCC의 자체 규정으로 채택된 이후 1985년까지 유지 되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5년 FCC는 '공평의 원칙' 규정이 미국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즉,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공평성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와 취재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숫자적인 공평성을 강요하는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공평성 유지보다 사실에 근거하여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숫자적인 공평성을 이유로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MBC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정부기관이 국민들이 위임한 알권리를 이용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한 언론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는데 문제가 있다.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심의에 의해 제재를 받는 이상한 구조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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