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래커] 우크라이나 : 푸틴 전쟁범죄(전범) 처벌 가능한가?

2022. 3. 18. 08:18[§ Issue:T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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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푸틴은 전쟁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 도미닉 카시아니
  • BBC 법률전문기자
2022년 3월 13일

사진 출처,UKRAINE MILITARY VIA REUTER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임산부와 어린이 병원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전쟁 범죄"로 부르며 비난했다.

언뜻 믿기 어렵겠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고 말한다.

이 규정들은 '제네바 협약'이라는 조약과 일련의 다른 국제법, 국제 협정 등에 명시돼 있다.

전쟁 범죄란 무엇인가?

전쟁 중에도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시설도 공격해선 안 된다.

대인 지뢰와 생화학 무기 같은 일부 무기들은 무차별적이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금지되고 있다.

아프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보호해야 하며 여기에는 부상당한 군인들도 포함된다. 후자의 경우 전쟁 포로로서의 권리도 물론 갖는다.

특정 집단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가진 고문과 집단학살을 금지하는 국제법도 있다.

전쟁 중 발생한 살인, 강간, 집단학살과 같은 심각한 범죄는 "인륜에 반하는 범죄"로 간주된다.

우크라이나에선 어떤 전쟁 범죄 의혹이 나오고 있나?

우크라이나는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벌어진 임산부와 아동 병동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이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 사고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병원 직원과 환자 17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이 도망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목표로 삼아 공격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르키우의 민간인 지역에 집속탄이 투하됐다는 증거도 점차 쏟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

하르키우 지역은 미사일과 로켓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모두 이들 무기에 대한 국제적인 사용금지 조항에 서명하진 않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여전히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진공폭탄은 주변의 산소를 빨아들여 거대한 진공 상태를 만들어 내는 열압력 폭탄으로 파괴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공폭탄이 국제법상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민간인 근처에서 고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거의 틀림없이 전쟁 규칙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자체가 '공격적 전쟁'의 개념에 속하는 범죄라고 주장한다. 지금부터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전범 용의자들은 어떻게 추적되나?

우선 각 나라는 전쟁 범죄 혐의자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 물론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조사를 하기도 한다.

영국의 경찰 고위급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잠재적인 범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전범 용의자는 어떻게 기소될 수 있을까.

앞서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련의 일회성 전범 재판을 열었다. 여기에는 유고슬라비아 해체 후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재판도 있었다.

1994년 후투 극단주의자들이 100일 동안 80만 명을 학살했던 이른바 '르완다 대학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기소하기 위한 재판도 마련됐다.

지금의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전쟁 규칙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AFP

사진 설명,

르완다 집단 학살을 주도한 테오네스테 바고소라는 전쟁범죄로 3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사망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 간의 분쟁에 대해 판결을 내리지만, 개인을 기소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소송을 시작했다.

ICJ가 러시아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 이에 대한 집행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맡는다.

그러나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관련한 어떤 제재도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개별 국가의 법정에 서지 않은 전범 개인을 조사하고 기소한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에 이어 ICC는 보다 현대적이고 영구적인 재판기구로 설립됐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는 1945년 생존해 있는 나치 전범 지도자들을 기소했다.

뉘른베르크는 각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기 위해 특별재판소 설립에 동의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화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

뉘른베르크 재판에는 헤르만 괴링, 루돌프 헤스,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도 포함돼 있었다

ICC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범죄를 기소할 수 있나?

ICC 수석 검사인 영국 변호사 카림 칸 QC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가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39개국에서 조사를 허가했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합병하기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과거와 현재 혐의를 모두 조사할 예정이다.

만약 개인에 대한 증거가 나오면 검사는 헤이그에서 열리는 재판에 당사자들을 회부하기 위해 ICC 판사들에게 체포영장 발부를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법원의 권한에 대한 실질적 한계가 분명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법원은 자체 경찰력이 없어 용의자를 체포하려면 해당 국가의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러시아는 ICC 회원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용의자를 인도할리는 만무하다.

물론 용의자가 다른 나라로 간다면 체포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결코 높진 않다.

푸틴이나 다른 간부들은 기소될 수 있을까?

전쟁범죄는 총을 쏘라고 명령한 지도자보다 이를 실행한 군인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훨씬 쉽다.

그러나 ICC는 "공격적인 전쟁을 부추기는" 범죄도 기소할 수 있다. 이는 정당방위 차원의 군사행동을 넘어 불법적 침략이나 갈등을 가리킨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이는 과거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에서 러시아 출신 판사가 연합국들에게 나치 지도자들이 "평화에 반하는 범죄"에 대한 정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확신시키면서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런던 대학의 국제법 전문가인 필립 샌즈 QC 교수는 ICC가 러시아 지도자들을 전쟁범죄로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ICC 규정에 서명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ICC에 해당 범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 개인을 기소할 다른 방법은 없나?

ICC의 실효성과 국제법이 실제로 작용되는 방식은 조약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에도 달려 있다.

샌즈 교수와 다른 많은 전문가들은 뉘른베르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외교와 국제 협약에 해결책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침략 범죄를 기소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특별 재판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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